# “석면 슬레이트 지붕은 위험합니다. 행정기관과 마을 이장이 협력해 빈집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슬레이트 지붕을 서둘러 철거해 주민 삶의 질을 높여주기를 바랍니다.”(김형규·63·경북 성주군 초전면)
# “고령어르신들은 석면이 위험한줄 여전히 잘 몰라요. 위험한 물질이라고 하니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부가 주민을 설득해 빨리 철거해줬으면 합니다.”(방춘모·65·경북 군위군 군위읍 이장)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간 제품 사용이 금지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농촌 곳곳에는 여전히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문제가 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낡고 부서진 슬레이트가 바람에 날리는 등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석면이 10∼15% 함유된 슬레이트는 불에 타지 않고 내구성과 경제성이 좋아 1960∼1970년대 ‘꿈의 소재’로 불리며 농촌 주택에 널리 사용됐다. 하지만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고,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모든 형태의 석면 취급을 금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공기를 통해 폐로 유입된 석면섬유는 폐 내 깊은 곳까지 들어가 수십년간 배출되지 않고 머물며 만성 염증을 불러오거나 폐암의 원인이 된다. 매우 낮은 수준의 석면 노출로도 흉부와 복부 외벽에 붙어 있는 막인 중피에 악성 종양인 ‘악성중피종’을 발생시킬 수 있어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무서운 물질이다.
슬레이트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환경부가 2011년부터 철거에 들어갔지만 속도가 너무 더딘 것이 문제다. 환경부는 지금까지 슬레이트 건물 총 30만채 이상을 철거해 지난해말 기준 81만3704채가 남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4년 동안 전체 슬레이트 건물 중 4분의 1 정도만 철거한 것이다.
이는 예산 부족 때문이다. 정부는 2023년 ‘슬레이트 처리 지원 국고보조사업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동당 철거비를 70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올해 예산이 국고 728억원과 지방비 728억원으로 전체 145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 한해 철거 가능한 최대치는 2만채다. 이는 현재 남아 있는 전체 슬레이트 건물의 2%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