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지붕 철거율 0.2%...철거비 전액지원 않는 탓
철거 후 주택 개량비 없어 저소득 주민 망설여
철거되지 않은 슬레이트 지붕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News1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제주시 우도면에 살고 있는 장지만 씨(52)는 최근 면장이 슬레이트 지붕 철거를 권했지만 거절했다. 철거시 정부가 철거비 200만원 가운데 120만원만 지원해 자비로 8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데다가 새 지붕 설치비용까지 합치면 최소 400만~500만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포기했다.
장 씨는 "정부가 철거비용 전부를 주지도 않은데다가 설치는 또 알아서 하라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철거 뿐만 아니라 설치에 대한 지원이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장 씨를 포함해 우도면에 거주하는 500여 가구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아 지붕을 철거한 곳은 아직 한 집도 없다.
이처럼 환경부는 올해부터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 철거사업에 본격 나섰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시행률은 0.2%로 저조하다.
주거용 슬레이트 건축물 88만동 가운데 실제 철거가 이뤄진 가구는 2000동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올해가 첫 시행년도이어서 1만동 철거를 목표로 잡았는데 상반기가 모두 끝났는데도 목표의 1/4밖에 철거하지 못한 상태다.
환경부는 분기별로 각 지자체로부터 시행률을 보고받고 있는데 올해 1분기에는 지붕을 철거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2분기가 지나가면서 2000곳이 지붕을 철거했을 뿐이다. 이 가운데 충청남도가 270여동으로 가장 많이 철거했고 경상북도 250여동, 제주도가 80동 정도 철거가 이뤄졌다.
대도시인 서울과 대전, 울산은 2분기가 지나도록 한 가구도 지붕을 철거하지 않았다.
◇ 주택 개량비는 한푼도 지원 안해...시행률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절실
석면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주민이 석면 역학조사를 받고 있다 © News1 이은지 기자
무상으로 철거할 수 없다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주택 개량비는 한 푼도 보조하지 않는 것과 설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철거시에는 정부가 정한 용역업체가 공동발주를 하기 때문에 단가를 낮췄지만 지붕 개량은 개인이 알아서 하는 탓에 설치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붕 설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마을 특색과 전통가옥의 멋을 살린 지붕을 설치하는 곳도 드문게 현실이다.
장 씨는 "제주도 우도는 관광도시인 만큼 우도만의 특색을 갖춘 지붕을 설치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든지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그런 방향 제시가 전혀 없다보니 마냥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1급 발암물질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의 경우 30년이 지나면 석면 비산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진다. 특히 소득이 적은 농어촌의 경우 59.3%가 30년을 경과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이처럼 생각만큼 철거사업이 진행되지 못하자 환경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철거비 보조금을 정부 30%, 지자체 30%로 총 60%밖에 지원하지 않다보니 주민들이 선뜻 철거에 나서지 않는다"며 "정부 지원금을 50%, 지자체 50%로 올려 무상으로 철거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주택 개량비 지원은 예산 부족으로 힘들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사적 소유물인 주택의 지붕 설치비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고 밝혔다.
그래서 소득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정부가 철거비와 주택 개량비를 지원해주는 대안이 설득력있게 제기된다.
즉 철거 대상 가구의 소득수준에 따라 철거비와 주택 개량비 전액 지원, 철거비 100% 지원, 철거비 30% 지원 이렇게 차등 지원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석면 실태조사시 가구별 소득수준을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구체적인 실태조사에 들어갈 때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조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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