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인 석면 폐기물 관리가 제대로 안돼 시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석면은 분진을 장기간 호흡하면 폐암이나 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1급 발암물질이지만 무단 폐기가 다반사이고 철거 과정에서도 법 규정이 무시되고 있다.

21일 경북 칠곡군 동명면 학성리 앞 도로인 군도 20호선(동명면 학명리~남원동) 인근 661㎡(200여평) 나대지. 슬레이트와 칸막이용 밤라이트, 천장텍스 등 석면이 다수 포함된 폐기물이 3, 4t가량 널브러져 있었다. 일부 석면 폐기물은 마대자루에 그대로 담겨 있었고 시멘트 부스러기와 스티로폼, 페인트통, 안전모, 장판 등 일반 산업폐기물도 섞여 산업폐기물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이 나대지는 학명리 주민 김모(75) 씨 소유. 김 씨는 “3년 전에 한 건축업자에게 연 200만원을 받고 임대를 줬는데 이 건축업자가 폐기물을 무단 투기했다”며 “이 업자는 최근 회사가 부도났다고 한 뒤 돈 되는 자재만 가지고 떠났다”고 했다. 취재진은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업체에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현장을 확인한 대구지방환경청과 칠곡군 관계자는“폐기물 투기 업체 관계자가 이달 말까지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지 않으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해명했다.

석면 폐기물은 철거부터 처리까지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일정 면적(주택 200㎡, 주택 외 50㎡) 이상 석면이 사용된 것이 확인되면 고용노동청의 허가를 받아야 철거와 처리가 가능하다. 또 철거 및 운반, 처리업체 간의 계약서를 미리 제출해야 허가가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폐석면의 분진이 배출되지 않도록 고착제, 비닐포장 등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철거 업체들은 허가 없이 소규모 주택이나 공장 등지에서 석면을 제거한 뒤 무단 폐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대 백남원 명예교수(산업보건학)는 “석면은 석면폐증(석면에 의해 폐의 섬유화를 초래하는 질병), 폐암, 중피종(흉막이나 복막에 생기는 암)을 유발하는 무서운 물질로, 우리나라에서는 진단하기도 쉽지 않고, 치료는 더욱 불가능하다”고 석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석면처리 규정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석면 제거업체 관계자는 “30℃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밀폐된 공간에 규정된 복장을 모두 갖추고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일부 영세 처리업체들은 폐석면을 인적이 드문 곳에 마구 버리는 경우가 적잖다"고 털어놨다,

한국석면환경협회 관계자는 “공공연하게 불`탈법적으로 석면처리 작업을 하는 업체가 있다고 들었다. 업자들이 석면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현장지도와 단속을 통해 석면 업체들이 처리규정을 지키도록 유도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출처 : 매일신문 [2011년 06월21일]